베르니케-코르사코프 증후군의 병리학적 특성
베르니케-코르사코프 증후군은 티아민(비타민 B1) 결핍으로 인해 발생하는 심각한 뇌질환으로, 주로 알코올 중독이나 극심한 영양 결핍 환자에서 나타납니다. 이 질환은 급성기인 베르니케 뇌병증과 만성기인 코르사코프 정신병으로 구분되며, 두 상태는 연속적인 병리학적 과정을 보입니다.
베르니케 뇌병증의 고전적 3대 증상은 안구운동마비, 운동실조, 의식장애입니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이 3대 증상이 모두 나타나는 경우는 16-20%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환자는 비특이적인 인지기능 저하나 혼돈 상태를 보입니다. 코르사코프 정신병은 순행성 기억상실증과 작화증을 주요 특징으로 하며, 새로운 기억 형성이 불가능해지는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깁니다.
해마와 시상에 대한 티아민의 핵심적 영향
해마와 시상은 베르니케-코르사코프 증후군에서 가장 심각한 손상을 받는 뇌 부위입니다. 해마는 장기기억 형성과 공간 인지에 필수적인 구조체로, 티아민 결핍 시 CA1 영역과 치상회에서 광범위한 신경세포 사멸이 발생합니다.
시상에서는 특히 등쪽내측핵과 앞핵군이 선택적으로 손상됩니다. 등쪽내측핵은 작업기억과 실행기능을 담당하며, 앞핵군은 해마와 함께 파페즈 회로를 구성하여 기억 형성에 핵심 역할을 수행합니다. 티아민 결핍으로 인한 이들 부위의 손상은 TPP(thiamine pyrophosphate) 의존성 효소들의 활성 저하로 인한 국소적 에너지 대사 장애가 주된 원인입니다.
유두체와 뇌실주위 회백질 역시 티아민 결핍에 매우 취약한 부위로, 이들 영역의 손상은 베르니케 증후군의 특징적인 안구운동 장애와 운동실조를 유발합니다.
티아민 결핍에 따른 뇌 글루코스 대사 장애
뇌는 글루코스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며, 전신 글루코스 소비량의 약 20%를 차지합니다. 티아민 결핍 상태에서는 피루브산 탈수소효소 복합체와 α-케토글루타르산 탈수소효소의 활성이 급격히 감소하여, 뇌 조직의 산화적 글루코스 대사가 심각하게 저해됩니다.
이로 인해 뇌세포는 무산소 해당과정에 의존하게 되고, 젖산 축적과 세포내 pH 감소가 발생합니다. 특히 높은 대사 활동을 보이는 회백질 영역에서 에너지 공급 부족이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며, 이는 신경세포의 기능 장애와 사멸로 이어집니다.
티아민 결핍은 또한 펜토스 인산 경로를 억제하여 NADPH 생산을 감소시키고, 이는 글루타티온 재생 능력 저하로 이어져 산화적 스트레스를 증가시킵니다. 뇌 조직은 항산화 효소 활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산화적 손상에 매우 취약합니다.
MRI로 관찰하는 베르니케 증후군의 특징적 소견
뇌MRI는 베르니케 증후군 진단의 핵심 도구로, 특징적인 T2 강조영상에서 고신호강도 병변을 보입니다. 급성기에는 시상, 유두체, 뇌실주위, 중뇌수도관 주변에 대칭적인 고신호강도가 나타나며, 이는 세포독성 부종과 혈관성 부종의 혼합 양상을 보입니다.
**확산강조영상(DWI)**에서는 급성 허혈성 변화와 유사한 확산 제한 소견이 관찰되며, 이는 세포막 손상과 세포내 부종을 시사합니다. FLAIR 영상에서는 뇌실주위 고신호강도가 더욱 명확하게 관찰되고, 조영 후 T1 영상에서는 유두체와 시상에 조영증강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만성기로 진행되면서 뇌위축이 발생하며, 특히 유두체 위축과 제3뇌실 확장이 특징적입니다. 해마 및 해마방공간의 위축도 관찰되며, 이는 코르사코프 정신병의 기억 장애와 직접적인 연관을 보입니다.
조기 진단과 즉각적인 티아민 투여가 이루어지면 MRI 병변의 부분적 회복이 가능하지만, 진단이 지연되면 비가역적 뇌손상으로 진행됩니다.
